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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은 행복이 될 수 없다

re:discover 2016. 8. 18. 03:02


대체적으로 동물의 학습체계는 "Reward System (보상 시스템)"이라는 베이스가 깔려있다. 태어날때부터 가진 일종의 생존본능 학습 매뉴얼인데,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인간이 행위를 학습하는 것은 결국 "이걸 해서 내가 기분이 좋아졌나"를 판단해서 이루어진다. 따지자면 일종의 호르몬 반응인데, 결론만 말하자면 "좋은 결과가 있을때" 분비되는 호르몬이 있고, 그 호르몬의 분비가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행위를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근데 호르몬이라는게 장기적으로 같은 자극으로만 분비되기에는 인체에서 자극에 내성이 생긴다. 그 결과가 무엇이냐면 결국 우리는 그렇게 좋아했던 일임에도 시간이 지나면 자극에 익숙해져서 더이상 전처럼 즐겁지 않아지고, 그 즐거움이 컸던 만큼 배신감을 느낀다. 참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즐거움도 너무 쉽게쉽게 얻으면 금방 내성이 생기고, 그 내성은 결국 우리를 다른 더 큰 자극으로 눈돌리게 만들고, 이 악순환은 어딘가에서 고리를 끊지 않는이상 반복된다. 심지어 오만가지 자극에 너무 장기간 노출된 극단적인 경우에는 호르몬 자체에 내성이 생겨서 뭘 해도 즐겁지 않은 상태에 빠지게 된다.

감성 묘사 위주로 글을 쓰는 내가 왜 갑자기 이런 딱딱한 과학이야기를 꺼냈냐면, 우리가 행복이라는 것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 요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위의 이야기를 기본으로 깔고 말하지 않으면 할수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위에서 말했던 호르몬 체계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 그건 바로 호르몬의 분비가 우리를 기분좋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당연한 소리를 또하냐고 묻겠지만, 기분좋게 만든다는 건 조금 속된 말로 말하면 쾌락을 준다는 것이고, 이 쾌락은 많은 경우에서 행복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오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쾌락은 행복이 될수 없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쾌락에 내성이 생긴다. 쾌락을 주는 자극에도 내성이 생기고, 쾌락 그 자체에도 내성이 생긴다. 그런데 더 재밌는 사실은, 쾌락에 내성이 생겼다고 쾌락이 더이상 필요 없어지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쾌락에 장시간 노출된 사람은 쾌락이 아예 없었던 시절보다 높은 수준의 쾌락에 이미 익숙해졌고, 그 쾌락이 사라지는 순간 그는 전에 아무것도 없던 시절보다 훨씬 큰 절망에 빠지게 된다.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 그럼 쾌락은 도대체 왜 존재하는 것일까?
애초에 쾌락은 내성이 생기는 것이면 왜 그냥 평범하게 살게 아무 욕심도 없이 살수는 없는것일까. 그럼 모두 평온하게 살수 있을텐데.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오늘은 딱 한가지 사실에만 집중하겠다. 위에서 말했던 보상 시스템의 핵심은, 과거 인간의 쾌락은 생존과 직결되었기 때문이다. 그 예로 먹고, 살고, 생육하고 싶은 욕구가, 모두 식욕, 소유욕, 성욕으로 대변된다. 그 욕구를 채우면서 쾌락을 얻지만 한편으로는 더 중요하게 생존을 얻었다. 한마디로 쾌락은 생존을 위한 과정에서의 일부분이였고, 사람들은 쾌락 그 자체보다는 살아남는 그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쾌락은 그저 생존을 위한 학습을 돕는 과정이였다. 내가 진정한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중간중간 성취감이라는 형태로 마음을 지치지 않게 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일 뿐이다. 그것 자체가 우리의 목적이 될만한 것은 절대 아니고, 인생의 목표로 삼을만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더 큰 쾌락을 찾아서 삶의 방향을 조정하지만, 이는 마치 최종 목적지를 종착역이 아닌 휴게소에 두는 것과도 같다. 그 예로 아주 고전적인 질문을 꺼내보자면, 우리는 돈이 많으면 과연 행복해질까? 물론 처음에는 그 돈으로 얻는 것에 의한 자극으로 행복해질수 있다. 하지만 어느새 우리는 돈이 주는 자극에 내성이 생기고, 더 큰 돈을 원하게 된다. 그리고 그 돈을 얻기 위해 어떤 일까지 할수 있는지는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는 돈으로 평생 행복해질수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자꾸만 간과하는 사실이 있는데, 애초에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훌쩍 넘게 가지고 사는 시대에 지내고 있다. 먹을것도 많고, 가진것도 많은 시대에서, 우리는 더욱 더 좋은것을 추구한다. 이건 이미 우리의 생존 본능을 넘어선 욕구이다. 하지만 더욱 큰 자극을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우리는 쾌락에 내성이 생기고, 더욱 큰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성욕의 문제도 같다. 오로지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라는 사실만으로 이게 쾌락의 도구로 사용되는 일이 너무나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과연 이 쾌락들이 우리를 평생 행복하게 만들수 있을까.

그럼 과연 해답은 있을까.

사실 답은 너무 단순하지만 어렵다. 내게 정말 필요한 것 이상을 가지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내가 가지는 모든 것은 "과정"이 되어야 한다. 더 큰 뜻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 되고, 결코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먹는 것은 목적이 되면 안되고, 내가 움직이기 위한 과정이 되어야 한다. 소유하는 것은 목적이 되면 안되고, 정말 이루고 싶은 꿈을 펼치는 도구를 마련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성도 쾌락으로써 접근하면 안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과정"으로써 삼아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가장 쉽게 우리가 범하는 실수는, 과정과 목표를 혼동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게 많으면 그 가진걸로 할수 있는 가장 큰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인데, 사람들은 아이러니 하게도 가진게 많아지는걸 목표로 삼는다. 수단이 목적이 되면 결국 굴레에 빠질수밖에 없다. 그리고 불행해지게 된다.

본능에 충실해라, 쾌락을 쫓아라라고 하는 쾌락주의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신이 말하는 본능은 이 사람의 생존 본능의 본질을 넘어서버렸다는 것이다. 사람은 쾌락을 위해 생존하는 것이 아니다. 쾌락이 있기에 생존의 길이 고달퍼도 버티는 것이고, 쾌락 그 자체는 결코 우리 삶의 목표가 될수 없다. 우리가 사는 이유는 쾌락 하나로 단순화 시키기에는 너무도 존귀한 인생이다. 그걸 절대로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