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고 싶을 때
좌절감은 무력함에서 비롯된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잘 되지 않을 때, 혹은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그리고 이 좌절감은 실패를 직감했을 때 우리의 심정이기도 하다. 뭘 해도 안될 것 같은 암울한 상황,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목표를 그저 그만둘 수 없는 마음가짐은 도리어 좌절감을 배로 만드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좌절감을 탈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하나 있는데, 목표를 포기하면 된다. 잘 할 필요가 없으면 노력할 필요도 없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 어찌보면 참 간단한 일이다.
모든 좌절의 원흉은 나의 간절함이다.
물론, 내가 이런 결론을 내리려고 이런 글을 썼을 리는 없다. 우리는 무언가를 더 간절하게 원하면 원할수록 사소한 일에도 큰 좌절감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과연 좌절감이 나쁜 것일까?
This thing that we call failure is not the falling down, but the staying down. - Mary Pickford
실패란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채로 있는 것이다.
좌절할 수 있지만, 좌절하고 그대로 주저앉는 것은 나의 패배이다. 살면서 여러가지 사건들을 겪으며 느꼈던 것은, 멈추지 않고 가다보면 결국 길은 보이게 된다. 하지만 멈추는 순간 그것은 나의 패배이다. 그리고 참 재미있는 사실은, 나를 한번 멈추게 했던 것들은, 도망쳐나올 경우 새로운 목표에서도 언젠간 다시 나를 막아서게 된다. 한번 피해가도,언젠가는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좌절감은 결국 우리가 가진 한계들을 인지시켜주는 감정이다. 한계를 마주하는 우리의 선택은 두가지가 있다. 더 강해져서 돌아오든지, 아니면 그냥 다른 길을 택하든지. 하지만 앞에도 말했지만 우리의 간절함은 그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좌절감을 감내해야만 한다. 좌절감이 패배라고 느끼기 쉽지만 그것은 아니다. 그저 우리가 목표를 이루기에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신호일 뿐이다.
“IN THE END… We only regret the chances we didn’t take, the relationships we were afraid to have, and the decisions we waited too long to make.” ― Lewis Carroll
결국 우리가 후회하는 것은, 잡지 않은 기회, 두려워서 놓친 인연, 그리고 너무 오래 망설였던 결단 뿐이다.
참 신기한 점인데, 살면서 좌절감 그 자체가 후회로 이어진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대개 후회는 좌절이 두려워서 하지 않은 것, 좌절을 견디지 못해서 놓아버린 것, 좌절 앞에서 망설인 것들이였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냐면, 결국 사람은 좌절할 각오를 접는 순간 후회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후회는 좌절이 주는 것이 아니라, 좌절을 피하려고 내린 결정들이 주는 것이다.
급할 것 없이, 한발 한발 내딛다 보면, 어느새 목표는 눈앞에 와있는 법이다. 우리가 좌절 앞에서 고개를 떨구는 이유는, 단순히 목표를 이루는게 아니라, 목표를 '빨리' 이루려는게 본심이여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것이 있다면, 우리의 목표는 쉽게 어디로 도망가지 않는다. 우리가 더 강해져서 돌아올 때 까지 어디로
그저 떠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인내를 가지고 극복해 내느냐 마느냐는 온전히 나의 선택이고, 새로운 길을 택해 똑같은
한계를 마주할 때, 다시 한번 좌절하게 되는 것 또한 나의 선택이다.
요즘 산을 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올라갈 때 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면, "언제 다 올라가지?" 라는 생각이다. 난 느긋한 편이라 도중에 멈추기도 하고, 잠깐 앉아서 음악을 듣기도 하는데, 결국 야금야금 가다보면 어느새 목표지에 도착해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내가 멈추고 하산하지 않는 이상 산은 어디로 가지 않는다. 도중 저질체력에 몇번을 주저앉고 자아비판을 해도, 멈추지만 않으면 끝내 정상까지 갈 수 있다. 그리고 도착해서 늘 생각한다.
"안 올라왔으면 후회할 뻔했네"
우리가 후회하게 되는 것은, 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은' 것들임을 기억하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좌절감이 컸던 만큼, 극복해낼 때 더욱 큰 성취감이 우리를 기다릴 것임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