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tal Digest

고민을 키우지 말자

re:discover 2017. 11. 29. 01:04

카메라를 꺼내다 실수로 옆에 있는 렌즈를 떨궜다. 유리가 박살나는 소리가 들려 이건 망했구나 싶었다. 가격이 비싼건 아니지만 1980년대 렌즈라 매물도 잘 없고, 사용하는데 제약도 많아서 계륵같다고 평가받기는 하지만, 내 마음에는 쏙 들어서 늘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녀석이였다.

순간 너무 속상해서, 떨어진 렌즈를 체크하지도 않고 냉장고에 가서 찬물부터 한모금 들이켰다. 타들어가는 마음이 어찌됐든, 수습을 위해 신문지와 빗자루를 챙겼다. 잠시 마음을 고르고 체념한 뒤, 박살난 렌즈 내부를 각오하고 렌즈캡을 열었는데, 예상과 달리 씌워둔 필터 빼고는 전부 멀쩡했다.

최악을 상상했지만 의외로 결과는 별거 아니였다.
쓸데없는 고민은 내가 스스로 만든 것이였다.

때로는 뚜껑을 열어보면 간단한 일인데 너무 상상만으로 고민을 키우게 된다. 물론 안까지 박살났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럼 이참에 새로운걸 찾아보면 되는거다. 당장 쿨하게 생각하기 어려울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열어보기 전부터 박살났다고 단정지을 필요도 없다. 아쉬움이든, 다행이든, 어떤 감정이든, 일단 할수 있는걸 다 하고나서 겸허히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였다.

필터 하나 깨진 것 치고는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이 렌즈로 열심히 사진을 찍어줘야겠다. 있을때 잘 써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