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ual Talk

사소한 행복

re:discover 2017. 11. 29. 02:07

가끔 대학교 시절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 때는, 5천원짜리 싸구려 스테이크를, 며칠을 아끼다 큰맘 들여 사먹고 행복해했다.

그 때는, 밤새 과제로 잠을 설치다, 아침엔 커피를 한사발 마시고 과외를 가서 생활비를 확보하고 행복해했다.

그 때는, 생활비가 바닥나도, 바닥에 떨어진 동전들을 긁어모아 하루종일 먹을 식빵 한 줄을 구하고 행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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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 초반, 진심으로 모든 것을 손놓고 도망치고 싶던 시절이 있었다.

상황은 최악이었고, 도저히 졸업까지 버틸 견적이 나오지 않았다. 졸업 생각만 하면 까마득하게 느껴졌고, 그냥 포기하는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아직도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만큼 대학 생활 마지막 2년은 나에게 있어 기적과도 같다.

하지만 기적같은 만큼, 다시 할 자신은 없다.

인생의 아쉬운 점이라면, 다시 살 수 없다는 것이고;
다행인 점이라면, 다시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는 그 시절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그건 그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도 없었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고; 좀 간사한 마음을 보태자면, 그 시절을 다시 겪을 필요가 없음을 알아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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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뭐 하나라도 쉽게 되는 일이 없을까?"
그 답이라면, 미리 어려워두면 나중이 쉽다.

한번 피해간 일은 다시 돌아오고;
한번 겪어본 일은 쉽게 극복한다.

행복을 언제 만끽할지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배고프다고 파종할 씨앗을 먹을 수는 없듯이, 난 기왕이면 미래의 행복을 땡겨쓰고 싶지는 않다. 지금 당장 쉬워지는 방법이야 있겠지만, 당장의 문제를 도피해서, 미래의 나에게 그 문제를 떠넘기고 싶지는 않다.

현재와 미래 전부가 행복해지는 길이 힘들어 보일 때면, 그토록 암울한 상황에서도, 보잘것 없던 빵 한줄에 행복해하던 추억을 떠올리고자 한다. 부디 앞으로의 시간들도, 그런 사소한 행복들을 발견하고, 현재를 견뎌내며 미래도 지켜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