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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의 재발견

추억 본문

Mental Digest

추억

re:discover 2015. 9. 1. 18:25


무언가를 잊는 것은,

나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중요한 것을 잊지 않으려고,

그와 관련된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기도,

추억을 꺼내어 복습하기도 한다.


그렇게 추억이 그려진 마음속 책은,

새로운 추억을 기록해가며 페이지를 늘려가고,

새로운 추억을 써나갈 여건이 없으면 이미 그려진 부분에 덧칠도 하며,

쓸쓸해 보이는 페이지에는 새로운 색을 칠해보기도 한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책은,

아마도 6~7번쯤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재미있고 인생의 뼈와 살이 되는 책이라도,

계속 반복되기만 하면 뻔하고 무료한 스토리가 된다.

그런 책을 내가 어떻게 그렇게 많이 반복해서 읽을 수 있었을까.


작가들은 이야기에 여운을 남긴다.

독자들이 알아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글귀 속에 파고 들은 숨은 뜻을 독자들이 발견하고,

그것을 발견하기 위해 알아서 복습하도록.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후속편을 바란다.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가 이대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자신이 그 이야기에 대해 가지고 있던 믿음이,

그리고 자신이 이야기에 바라던 미래와,

그에 대한 추측이 들어맞기를 바라며 내심 후속편을 원한다.


그렇게 고대하다 드디어 나온 후속편은,

오히려 더 많은 여운만을 남긴 채 사라진다.

이건 작가가 출판사의 압박을 못이겨 내놓은 상술이다.

3편따위는 안보겠다고 하겠지만, 결국 보겠지.


하지만 결국, 모든 스토리는 자신의 의도대로 이루어질수 없다.

우리의 추억을 담은 책 또한 그러하다.


이미 완결이 난 책을,

나는 읽고, 읽고, 또 읽었었다.

분명 더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속편은 없었고,

미련을 가지고 매일마다 반복해 보다보면 작가의 의도가 보일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이였다.

여운이 남아야, 결말이 쓸쓸해야만 하는 스토리 또한 존재한다.

그래야 비로소 깨닫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그 책은 나에게 참으로 특별했다.

나는 더 많은 후속 내용을 바라고 있었지만,

그 책이 나에게 준 의미는 그 여운속에서 나온 것이였고,

그 책이 만약 깔끔한 결말을 맞았다면,

나는 그 책을 한번만 읽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래도,

이젠 새 책 하나쯤 읽어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