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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의 재발견

실수해야 사람이다 본문

Casual Talk

실수해야 사람이다

re:discover 2015. 9. 22. 01:10


1.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만약 시간을 돌려 다시 할수 있다면, 조금 더 잘할수 있었을텐데." 라고.


물론 현재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과거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잘 못하는게 더 이상한거다.

사람은 실수속에서 성장하고,

자신의 과오를 수정하며 발전해 나가는게 정상이니까.


다만 여기에다가 조건을 하나 더 걸어보고 싶다:

과거로 돌아온 목적은 기억하는 대신,

다른 "미래" 기억들을 모두 지우고,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출발할수 있다면,

난 과연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



2.

내 생각을 적기에 앞서, 조금은 가벼운 이야기를 예로 들고 싶다.


예전에 처음 악기를 배울때, 참 좋아하는 곡들이 있었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곡을 잘 쳐보겠다고 같은 곡을 100번 이상도 쳐본 기억이 난다.


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시도의 절반쯤, 즉 50번쯤을 같은 부분에서 실수했다.


결국 100번 이상을 넘기고서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연주를 했지만,

그 곡을 실수없이 연주하라면 나에게는 그럴 자신이 없었다.

내 약점을 애써 교정하여 억지로 만들어낸 성공이였으니까.


쉬운 말로, 안되면 될때까지 한거였다. 열번 찍으면 넘어간다는 심정으로.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거의 1년쯤이 지났을 때에,

어느정도 실력이 쌓인 상태에서 같은 곡을 쳐봤다.

결과는 단 한번만에 자연스럽게 성공.


"그때 난 이걸 왜 이렇게 어려워 했을까."


예전의 자신이 조금은 바보같게도 느껴졌고,

동시에 왜 그때 말고 지금 이 곡을 배울껄... 싶었다.

분명 지금 하면 아주 쉽게 성공했을테니까.



3.

사실, 제가 매번 실수하던 부분이,

어떻게 그동안 교정이 되었는지는 저도 잘 모른다.

단 한가지 확실한건, 그 100번의 시도에서 교정된것은 아니였다.


그 100번 시도하던 상태로 제가 다시 돌아간다면,
100번이 아닌 1000번을 해도 성공률이 높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는 이미 기본 자세부터가 잘못 됐으니까.


음악이 주가 되어 그 음악에 동작들을 맞추고,

마디 끝마다 자연스럽게 노트를 쳐줘야 하는데,

나는 악보에 보이는 노트를 따라가기에 급급했고,

귀가 아닌 눈으로만 음악을 따라가려고 했던 내가 제대로된 연주를 할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악기를 치는 손이 아닌,

악보를 보는 눈이 아닌,

음악을 느끼는 귀가 주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고 있지 못했으니까.


결국 그런 상태의 나는 실수를 할수밖에 없는 존재였고,

그걸 깨닫기 위해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4.

그래서 다시 묻고 싶다.

"과거로 가시겠습니까?"


물론 굉장히 혹할만한, 매력적인 오퍼다.

실수를 돌이킬수 있는 기회다.

내가 실수해서 얻지 못했던 것이 있다면 그것들을 얻을지도 모르는 기회이다.


하지만, 가지 않는다.


왜냐면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올바른 목표설정 하나만으로 사람이 변한다고 생각하는건 꿈에 가깝다.


단 한번의 다짐으로는 한 사람을 바꿀수 없고,

긴 시간동안 지속되는, 작고 꾸준한 하루하루의 다짐이 사람을 변화시킨다.

그리고는 그 한 사람을 자신의 목표에 가깝도록 한다.


하지만 그런 다짐들은,

역으로 실패의 기억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지난 일들을 떠올릴때 조금은 힘들고 어렵지만,

그런 일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지금 내 주변을 지키는 사람들도 없다.


조금 더 나아가, 지금 당장이 어렵고 힘들어도,

나중에는 더욱 소중한 자산이 된다.

그러니 조금 더 실수한다 한들, 긍정을 잃지 말자.

실수하는게 사람이고, 그 실수를 잊지 않고 자신을 바꾸는것 또한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