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생각의 재발견
조연의 소중함 본문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다”
문득 어디서인가 이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드라마나 영화의 나오는 주인공들은 대개 이렇다. 고난과 역경이 다가와도 극적인 상황에서 용기를 잃지 않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펼친다.
그리고 그 주인공들이 진정한 위기에 처했을때는, 수많은 조연들이 그의 길을 열어주고 함께 싸워준다. 그 조연들은 마치 하늘에서
보내준 선물처럼 주인공의 삶을 빛내준다. 주인공처럼 유능하고 뛰어나진 않지만, 그 상황 그 순간에서 만큼은 주인공의 가장 큰 힘이
되어준다. 마치 주인공이 미리 알고 사전 예약했다는 듯이 그들의 삶에서 가장 필요했던 부분들을 채워주고 싸움을 승리로 역전시켜
나간다.
그리고, 삶과 영화는 별반 다르지 않다. 그저 시점을 누구에 맞추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지만, 그와 동시의 누군가의 소중한 조연이 될수도 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주인공의 자리를 추구한다. 이 자체는 분명 틀린 행동이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주인공이 될 권리가 있고,
그럴 자격이 있다. 그 누구도 우리가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을 꺾어갈 권리는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간혹 그 도를 넘어,
타인의 삶의 주인공 자리까지 넘보려고 한다. 내가 타인을 위해 하는 일은 타인을 위한게 아니라 내 자신을 빛내기 위함이 되어가고,
그들의 방식으로 성공하도록 두지 않고 어느새 모든걸 나의 방식으로 바꿔가려고 한다. 마치 내 방식이 옳았다는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내 자신이 책임지지 않을 타인의 삶을 담보로 말이다. 하지만...
모든 역경에서의 고민은 일반화할수 없는 자신만의 사정이 있다.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살면서 가장 억울함을 느낄때는, 어이없이 혼날때도 아니고, 오해를 받을때도 아닌, 사람들의 책임지지
않는 태도이다. 멋대로 무언가에 개입하다가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일말 책임은 지지 않고 조용히 발빼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다.
“거봐, 내 말대로 안하니까 그렇지.”
“이런저런 사정으로 핑계 대지말고 내 말대로 해보라니까.”
“그러게 네 방식으로는 안된다고 했잖아.”
“이건 다 너 잘되라고 해주는 말이야."
“아니야, 네가 못한건 분명 내가 말한것중에 네가 놓친게 있을꺼야...
... 결국 실행자인 네가 수행능력이 딸리니 이게 실패하는건 다 네 탓이네.”
애초에, 타인의 상황을 나의 판단으로 일반화해서 고치려고 하는 행위가, 수많은 주인공들을 자신들의 삶에서까지 조연으로 살도록
강제한다. 위에 적은 말들도 결코 조연이 주인공에게 했다고 할만한 말들이 아니다. 그저 남이 삶을 자신의 의도대로 살도록 만드는
무책임하며 욕심만 가득한 말이다. 주인공이 가장 필요한 것을 서포트하기 보다는, 필요없는 것들까지 쥐어주고 감당키 어려운 책임으로
무장시킨뒤 모든 공로는 나에게 맞춰가는 이기적인 주인공 마인드. 우리들이 가장 싫어하지만, 간혹 우리 자신들이 쉽게 실수하기도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무의식중에, 우리는 언젠가 남들이 나를 통해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그들의 삶속에서 자신이라는
사람을 주인공 삼기 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놓쳐버린다. 그들에게 필요한건 그들을 빛내줄 조연이지,
그들의 빛을 가리는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깨닫고서, 난 서서히 말을 아끼게 되었다. 고치고 싶고 바꾸고 싶은건
여러가지지만, 내가 책임지고 할것이 아니라면 말을 아끼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 할 일들은 내가 책임지면
되는 것이고, 타인이 주인공이 될 일이라면 타인을 앞세워 빛내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조연으로써 주인공을 가장 빛내주는 것은
생각을 바꿔주는 것도, 방식을 바로잡아 주는것도 아닌, 시간을 두고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고민을 해결해주는게
아니라 그 고민의 무게를 함께 지어 주는 것이다.
주인공이 위기에 처했을때 약속처럼 나타나는 조연들은, 우연히 그
자리에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분명히 주인공의 고민에 동참했고, 주인공이 자신을 필요로 할 위치를 미리 고려해서
기다려 주고 있던게 아니였을까. 그런 배려와 기다림을 내 자신에게 가르치고 싶고, 그런 기다림을 불사할 소중한 조연 또한 만날수
있었으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좋은 조연들이 많은 세상이 되어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