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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의 재발견
카메라를 꺼내다 실수로 옆에 있는 렌즈를 떨궜다. 유리가 박살나는 소리가 들려 이건 망했구나 싶었다. 가격이 비싼건 아니지만 1980년대 렌즈라 매물도 잘 없고, 사용하는데 제약도 많아서 계륵같다고 평가받기는 하지만, 내 마음에는 쏙 들어서 늘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녀석이였다. 순간 너무 속상해서, 떨어진 렌즈를 체크하지도 않고 냉장고에 가서 찬물부터 한모금 들이켰다. 타들어가는 마음이 어찌됐든, 수습을 위해 신문지와 빗자루를 챙겼다. 잠시 마음을 고르고 체념한 뒤, 박살난 렌즈 내부를 각오하고 렌즈캡을 열었는데, 예상과 달리 씌워둔 필터 빼고는 전부 멀쩡했다. 최악을 상상했지만 의외로 결과는 별거 아니였다. 쓸데없는 고민은 내가 스스로 만든 것이였다. 때로는 뚜껑을 열어보면 간단한 일인데 너무 상상만으..
좌절감은 무력함에서 비롯된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잘 되지 않을 때, 혹은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그리고 이 좌절감은 실패를 직감했을 때 우리의 심정이기도 하다. 뭘 해도 안될 것 같은 암울한 상황,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목표를 그저 그만둘 수 없는 마음가짐은 도리어 좌절감을 배로 만드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좌절감을 탈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하나 있는데, 목표를 포기하면 된다. 잘 할 필요가 없으면 노력할 필요도 없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 어찌보면 참 간단한 일이다. 모든 좌절의 원흉은 나의 간절함이다. 물론, 내가 이런 결론을 내리려고 이런 글을 썼을 리는 없다. 우리는 무언가를 더 간절하게 원하면 원할수록 사소한 일에도 큰 좌절감에 휩싸이게 된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