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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의 재발견
"진정 행복한 사람이란, 인생을 살다가 뜻하지 않은 일로 빙 돌아가야 할 일이 생겼을 때, 그 우회로에 있는 풍경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오늘 어딘가에서 우연히 보게 된 글귀인데, 그 의미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적어두게 되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글귀 또한 우회로 속에서의 만남이였고, 내가 우회로를 돌아보지 않고 이 글을 마주했다고 한들, 이 글의 뜻을 온전히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좋은 것들과의 만남은 우연이지만, 그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것은 그 우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뜻하지 않은 길을 걷는 중일지라도, 그로 인해 마주치는 우연으로 더 기뻐하고 그 자체를 즐길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연은 자주 있지 않지만, 그것의 근사함을 깨닫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얼마든지..
살다 보면, 도무지 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를 때가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잠시 멈춰서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일까?" 를 점검해보는 시간이 중요한것 같다. 나보고 빨리 결정해야만 한다고 재촉하던 것들은, 되새겨보면 내가 진짜 원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경우가 많았다. "원하는 것을 이루어야지"로 출발했던 내 생각은, 어느새 "더 빨리, 더 멋지게, 원하는 것을 이루어야지" 가 되었고, 나아가 "더 빨리, 더 멋지게, 모두가 납득할 것을 이루어야지" 로 바뀌어 있었다. "더 빨리, 더 멋지게, 모두가 납득하도록"이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중요했다고, 어느새 내가 추구하던 것의 본질마저 왜곡하고 있었을까. 내가 상황을 어렵다고 느꼈던 이유는, 진정 원하는 것보다는 부수적인 것들을 더 의식했..
사람의 마음이란 채워진 곳은 채워진 대로, 구멍난 곳은 구멍난 대로 소중하다. 구멍난 빈 자리에 굳이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끼워넣을 필요는 없고, 빈 자리를 채울 것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아마 비어있는 그대로도 소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살다 보면 만나는 것 만큼이나 떠나보낼 것들이 많다. 떠난 것의 빈자리를 다시 무언가로 채우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결국 빈자리는 빈자리인 그대로의 의미가 있다. 그 빈자리를 떠난 것이 다시 돌아올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다고 해도 그 빈자리가 반드시 메워져야할 곳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마음속에 빈 자리 몇군데 쯤, 더 넓은 마음을 위한 초석이라고 생각하자. 분명 언젠가는 내가 새로 만들 자리 주변을 더 넓고 아름다운 조경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평소보다 열심히 글을 써내며 여러곳에 공유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쪽지를 모르는 분에게서 받았다: "제가 이번에 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10수년을 다닌 회사지만, 쓰신 글의 영향을 받아서 저도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부담이 되시죠? '글때문에! 회사나가!' 는 농담이고, 그래도 마음으로 정말 큰 도움 받아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쪽지 드립니다. 모든 일에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을 갖고 하루하루 알차게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조금 더 쪽지로 이야기를 나눠보니 알게 되었는데, 그분은 대기업에 취직 중이셨다. 고작 내가 한 말이 뭐라고 대기업 10수년차가 직장을 그만두고 도전하게끔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내 자잘한 수고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놓는 계기가 될수도 있..
일상이 지루해 그 지루함에서 자신을 꺼내줄 것들을 찾았다. 얼마 안가 깨닫게 된 것이 있다면, 난 가진 것 이상을 쏟아부으며 그 것들이 주는 두근거림을 유지하려고 했고, 나에게는 만족보다는 초조함이라는 감정이 더 앞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그토록 힘겹게 만류하고자 했던 두근거림은, 정작 내가 가장 힘들 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무색 무취하며 지루함의 극치인 줄로만 알았던 한결같던 것들은, 오히려 흔들리지 않는 휴식처가 되어 지친 나를 받아주었다. 뒤늦은 깨달음이였지만, 그래도 뒤늦었다고 느낄 때가 가장 이르다. 바라는게 있다면, 각박한 세상에 쉬어갈 곳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자신부터가 짐 보다는 휴식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