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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의 재발견
베푸는건, 물적, 마음적 여유가 있는, 그런 사람들만 하는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게 아니였다. 베푸는 사람들은 늘, 여유가 없을지언정, 자신이 여유있는 부분을 나눈다. 자신 한몸 겨누기 어려워도, 자신이 필요하다는 자리를 지키고, 힘들어 주저앉고 싶어도, 위태해 쓰러지는 자 어깨동무 하며 나아간다. 그냥 자신부터 챙기지. 바보같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싸늘한 세상 찬바람 속, 어깨동무로 나눈 따스한 체온은, 몸을 녹인다. 마음을 녹인다. 누가 누구의 도움을 받는지 모르겠다.
배우는 과정은 채우면서 시작되지만, 덜어내면서 완성된다. 처음에는 뭐든지 알고싶다. 모든게 궁금하고, 모든게 흥미롭다. 하지만 아는 것이 점점 늘어날수록, 처음엔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부분이 신경쓰인다. 그리고는 더 나은 결과를 위한 고찰이 집착으로 바뀐다. 하지만 집착하는 순간 즐거움은 사라지고, 사라진 즐거움의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기 시작한다. 질려버린 걸까, 스킬이 부족한 걸까, 아니면 투자할 돈이 부족한 걸까. 물론 전부 조금은 해당되겠지만, 근본적으로 즐거움이 사라진 이유는 아닐 것이다. 그럴때마다 다시 생각해볼 것은, "애초에 나는 왜 이것에 이토록 흥미를 가지게 되었을까?" 분명 내가 하고싶었던 것이 있었을 것이다. 좋아하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럼 그것 하나에 집중하면 되고, 다른..
잠시 잊고 지낼 때가 있다. 주는 기쁨이 받는 기쁨보다 크다는 것을, 나에게는 별거 아닌게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라는 것을. 때로는 속으로 바라고 있었나 보다. 받는 입장이 되고 싶을 때도 있다고, 사소하지만 나에게 힘이 될 무언가를 줄 수 없겠냐고. 하지만 놓친게 있었다. 주면서 이미 난 충분히 받고 있었지만, 받는 기쁨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주는 것에 서서히 인색해지게 되었다. 어느새 주면서 얻는 기쁨들은 떠나갔고, 왜 나는 아무것도 받지 못할까 싶어졌다. 그리고 버림받은게 아닐까 싶은 울적한 생각에 빠졌다. 당연한 것이였다. 주는 기쁨은 내 마음대로 할수 있지만, 받는 기쁨은 내 마음대로 할수 없기 때문이였다. 내 마음대로 할수 없는 것에 내 마음을 맡기니, 제멋대로 기뻤다, 울적했다, ..
뭐라도 해보겠다며, 그저 뭐든지 했다. 정작 필요했던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였다. 한번씩 손을 쓸 때마다, 헛된 기대는 욕심이 되어 나를 삼켰다. 우리에게 가능한 가장 큰 믿음과 신뢰의 표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기다려 주는 것이 아닐까. "괜찮아." 고작 이 세글자가 뭐길래 이렇게 울림이 크다. 뭘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기다리라고, 기다리자고, 지금은 이 풍경을 즐기자고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때 그 풍경을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라고 말할수 있었으면 좋겠다.
카메라를 꺼내다 실수로 옆에 있는 렌즈를 떨궜다. 유리가 박살나는 소리가 들려 이건 망했구나 싶었다. 가격이 비싼건 아니지만 1980년대 렌즈라 매물도 잘 없고, 사용하는데 제약도 많아서 계륵같다고 평가받기는 하지만, 내 마음에는 쏙 들어서 늘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녀석이였다. 순간 너무 속상해서, 떨어진 렌즈를 체크하지도 않고 냉장고에 가서 찬물부터 한모금 들이켰다. 타들어가는 마음이 어찌됐든, 수습을 위해 신문지와 빗자루를 챙겼다. 잠시 마음을 고르고 체념한 뒤, 박살난 렌즈 내부를 각오하고 렌즈캡을 열었는데, 예상과 달리 씌워둔 필터 빼고는 전부 멀쩡했다. 최악을 상상했지만 의외로 결과는 별거 아니였다. 쓸데없는 고민은 내가 스스로 만든 것이였다. 때로는 뚜껑을 열어보면 간단한 일인데 너무 상상만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