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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의 재발견
큐브가 다쳤어요 2007년 큐브를 시작했을때부터 애지중지 하던 녀석인데 누군가에겐 그저 장난감에 불과했는지 험하게 굴려지다 하루만에 다쳤네요 나에게는 첫사랑인데 누군가에게는 장난감인걸 어쩌겠나요 무언가의 가치는 가장 많이 아끼는 사람이 아닌 당장 쥐고 흔드는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고 녀석의 상처가 말해주네요 - 많이들 그러더라고요 걱정, 근심, 그런거 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부질없는 일이였다고 우리가 걱정하는것들 중 90%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말이죠 근데 어쩌죠 걱정 근심이 사실대로 되는 희귀한 병에 걸렸나봐요 돌아보면 걱정하던 그대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똑같이 되는데 90%는 일어나지 않을꺼라고 가졌던 그 믿음이 오히려 독이 되는 기분이네요 사람들은 뭘 걱정하고 살길래 90%가 걱정하던 대로 안될 수..
Day 0 - 걱정: 기쁨과 환희가 가득해야 할 크리스마스 난 이발소에서 삭발을 했다 머리카락과 함께 걱정도 전부 날려버리고자 했지만 그 뿌리가 남아 자꾸만 솟아오르려고 한다 Day 1 - 막막함: 막막함 그 자체를 겪었다 시간이 멈춘것만 같다 과연 끝이 존재하기는 하는 건가? Day 2 - 시계: 멈춰만 있던 시계가 조금씩 움직인다 이 시계가 돌아가는 동안 세상에서의 나는 멈춰 있다 시간은 공평하다 괴로워도 힘들어도 언젠간 이 시계 또한 마감될 것이다 Day 5 - 익숙함: 생각보다 동작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다 무언가에 집중하는 최고의 방법은 그것 외의 생각을 지우는 것이다 슬프게도 무언가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무언가를 잊어간다는 것이다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 그만큼 이곳에 익숙해지는 지금..
나에게는 소소한 꿈이 있다. 바로 10년짜리 여권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뜬금없는 꿈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는데, 몇년 전 발리 여행을 계획했던 때의 벌어진 사건들 때문이다. 어찌보면 참 바보같지만,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있어야 함을 깨달은 것이 그 때였다. 발리로 향하는 왕복 항공권을 끊고서, 난 휴가의 꿈을 부풀리며 짐을 싸들고 공항에 도착했다. 그렇게 도착한 항공사 카운터에서, 난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에서 3주쯤 모자라다는 이유로 발권을 거부당했다. 이 여권 상태로 여행지에 도착하면 여행비자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난 어쩔 수 없이 다음날 여권을 갱신하기 위해 대사관을 찾았다. 그리고 또 다른 상황을 직면했는데, 앞으로는 여권이 1년 주기마다 갱신이 ..
한창 가을 단풍이 무르익을 무렵, 기분이 썩 좋지 않아 동네로 산책을 나갔다. 동네를 걷던 중 눈에 들어온 게 있었는데, 바로 난간에 핀 장미꽃이었다. 여름의 상징과도 같은 장미꽃이, 가을 한복판에 서서 붉은 단풍쯤은 자신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외치듯이, 스스로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느낀 바가 많았을까, 집에 들어와서 심정을 끄적인 글이 시가 되었다: 누구는 이른 늦봄에 가고 너도나도 앞다투어 여름에 갈 때 봉오리 속 묵묵히 제 때를 기다리다 어느새 밖엔 가을이 한창이다 장미는 여름이라지만 늦가을 찬바람 속 뒤늦게 꽃피우는 장미도 있다 내가 늦은걸까 평범한 여름 개화를 바란게 그리 큰 욕심이었을까 그 어떤 걱정도 잠시 옆 자리 단풍보다도 붉고 그 어떤 가을꽃보다도 화사하게 자신의 때에 만..
집에 들어가는 길에 근처 백화점을 들렀는데, 어느 옷가게에서 할인행사를 하고 있었다. 유독 마지막 날임을 강조하며 ‘LAST DAY’라고 붙어있는 문구가 눈에 밟힌다. 왜냐하면 저 문구가 벌써 같은 곳에 일주일 넘게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학에는 꽤 유명한 한 마디가 있다."당신이 100달러짜리 물건을 할인된 50달러에 샀다면, 당신은 50달러를 절약한 게 아닙니다. 50달러를 쓴 것이죠.". ‘시간은 금’이라고 했던가? 시간을 직접 돈에 비유하는 건 적절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 들어 우리가 시간을 소비하는 것 또한 비슷하다는 것을 느낀다.남은 시간을 소비할 때, 자주 없는 기회를 우선시켜 시간을 투자하지만, 정작 나에게 그런 시간이 필요한지는 뒷전이 되어가고 있다. 하루하루를 돌아보면 늘 정..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온지도 어느새 꽤 시간이 흘렀다. 어느날, 일 관계로 어느 대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식당을 쭈욱 둘러보고 느낀 점이 있다면, 학식 가격이 이렇게 착했구나 싶었다. 매점의 음식들이 대략 평소 먹는 점심 가격의 절반 수준인데, 어째 내가 그걸 보고서 처음 한 생각은 "가격이 이런데 맛이 없지는 않을까"였다. 예전에는 이것도 비싸서 못먹었는데, 나도 참 배가 불렀나보다 싶었다. 뭐 어짜피 가격도 싸겠다, 가장 비싸보이는 걸 시켜먹기로 결정했다. 바깥 세상에서 먹는 같은 메뉴와 비교했을때 가격은 싸면서도 맛은 의외로 괜찮았다. 애초에 가격표에 붙은 저 숫자가 맛있게 만들어 주는것도 아닌데, 괜한 선입견을 가진게 아닌가 싶었다. 밥을 먹고 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시켜먹기로 했..
태풍이 부는 날, 상해를 향하는 비행기 안이였다. 착륙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창 밖은 비구름만 보였다. 비행기의 바퀴가 내려가는 소리는 들렸지만, 창밖을 아무리 내려봐도 태풍이 너무 거세 땅이 보이지가 않았다. "제대로 가고 있는 것 맞나?" 순간, 태어나서 몇번 느껴보지 못한 공포와 불안이 몰려왔다. 좌로든 우로든 조금이라도 어긋나 있었다면 아찔할 수도 있는 상황, 시야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가운데, 비행기는 그래도 어찌어찌 착륙에 성공했다. 어떻게 가능했을지는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장비의 도움을 받아서, 미리 방향을 정해두고 그 방향 그대로 착륙에 성공한듯 하다. - 우리는, 첫 방향을 잡아두고도, 도중에 시야가 흐려지니 혼란에 빠져, 애초에 우리가 정해두고 가던 방향을 망..
“I wish I could tell you it gets better, but it doesn’t get better. You get better.” - Joan Rivers "상황이 나아 질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하지만 현실은, 상황은 나아지지 않아요.당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될 뿐이죠." - 조앤 리버스 - 기타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마주치는 첫 번째 큰 난관은 F코드다. 우스갯소리로 F코드 때문에 기타를 그만두는 사람이 절반은 된다고, 그만큼 처음에 잡으면 뭔 짓을 해도 절대로 예쁜 소리가 나지 않는다. 물론 나 또한 그랬다. "남들보다 손가락이 울퉁불퉁해서 잘 안되는 거야" "방법이 잘못되서 잘 안되는 거야" 그렇게 핑계를 찾아가며 사람들에게 조언도 구해봤다. 하지만 항상 돌아오는 답은 같았..
알록달록한 가을 물감은 어느새 지워지고 새하얀 눈꽃이 뒤덮힌 흰색 세상이 되었다 원래라면 좀처럼 만날 일 없던 눈꽃과 장미꽃 때이른 눈소식에 뒤늦은 꽃소식에 기적처럼 서로를 만났다 눈은 언젠간 녹고 꽃은 언젠간 지겠지만 이 특별한 한 쌍이 이룬 절경은 마음 속 특별한 추억으로 오래오래 간직될 것 같다 부디 사진으로라도 오래오래 남아주기를
가끔 대학교 시절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 때는, 5천원짜리 싸구려 스테이크를, 며칠을 아끼다 큰맘 들여 사먹고 행복해했다. 그 때는, 밤새 과제로 잠을 설치다, 아침엔 커피를 한사발 마시고 과외를 가서 생활비를 확보하고 행복해했다. 그 때는, 생활비가 바닥나도, 바닥에 떨어진 동전들을 긁어모아 하루종일 먹을 식빵 한 줄을 구하고 행복해했다. - 대학교 3학년 초반, 진심으로 모든 것을 손놓고 도망치고 싶던 시절이 있었다. 상황은 최악이었고, 도저히 졸업까지 버틸 견적이 나오지 않았다. 졸업 생각만 하면 까마득하게 느껴졌고, 그냥 포기하는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아직도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만큼 대학 생활 마지막 2년은 나에게 있어 기적과도 같다. 하지만 기적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