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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의 재발견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온지도 어느새 꽤 시간이 흘렀다. 어느날, 일 관계로 어느 대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식당을 쭈욱 둘러보고 느낀 점이 있다면, 학식 가격이 이렇게 착했구나 싶었다. 매점의 음식들이 대략 평소 먹는 점심 가격의 절반 수준인데, 어째 내가 그걸 보고서 처음 한 생각은 "가격이 이런데 맛이 없지는 않을까"였다. 예전에는 이것도 비싸서 못먹었는데, 나도 참 배가 불렀나보다 싶었다. 뭐 어짜피 가격도 싸겠다, 가장 비싸보이는 걸 시켜먹기로 결정했다. 바깥 세상에서 먹는 같은 메뉴와 비교했을때 가격은 싸면서도 맛은 의외로 괜찮았다. 애초에 가격표에 붙은 저 숫자가 맛있게 만들어 주는것도 아닌데, 괜한 선입견을 가진게 아닌가 싶었다. 밥을 먹고 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시켜먹기로 했..
태풍이 부는 날, 상해를 향하는 비행기 안이였다. 착륙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창 밖은 비구름만 보였다. 비행기의 바퀴가 내려가는 소리는 들렸지만, 창밖을 아무리 내려봐도 태풍이 너무 거세 땅이 보이지가 않았다. "제대로 가고 있는 것 맞나?" 순간, 태어나서 몇번 느껴보지 못한 공포와 불안이 몰려왔다. 좌로든 우로든 조금이라도 어긋나 있었다면 아찔할 수도 있는 상황, 시야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가운데, 비행기는 그래도 어찌어찌 착륙에 성공했다. 어떻게 가능했을지는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장비의 도움을 받아서, 미리 방향을 정해두고 그 방향 그대로 착륙에 성공한듯 하다. - 우리는, 첫 방향을 잡아두고도, 도중에 시야가 흐려지니 혼란에 빠져, 애초에 우리가 정해두고 가던 방향을 망..
“I wish I could tell you it gets better, but it doesn’t get better. You get better.” - Joan Rivers "상황이 나아 질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하지만 현실은, 상황은 나아지지 않아요.당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될 뿐이죠." - 조앤 리버스 - 기타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마주치는 첫 번째 큰 난관은 F코드다. 우스갯소리로 F코드 때문에 기타를 그만두는 사람이 절반은 된다고, 그만큼 처음에 잡으면 뭔 짓을 해도 절대로 예쁜 소리가 나지 않는다. 물론 나 또한 그랬다. "남들보다 손가락이 울퉁불퉁해서 잘 안되는 거야" "방법이 잘못되서 잘 안되는 거야" 그렇게 핑계를 찾아가며 사람들에게 조언도 구해봤다. 하지만 항상 돌아오는 답은 같았..
알록달록한 가을 물감은 어느새 지워지고 새하얀 눈꽃이 뒤덮힌 흰색 세상이 되었다 원래라면 좀처럼 만날 일 없던 눈꽃과 장미꽃 때이른 눈소식에 뒤늦은 꽃소식에 기적처럼 서로를 만났다 눈은 언젠간 녹고 꽃은 언젠간 지겠지만 이 특별한 한 쌍이 이룬 절경은 마음 속 특별한 추억으로 오래오래 간직될 것 같다 부디 사진으로라도 오래오래 남아주기를
가끔 대학교 시절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 때는, 5천원짜리 싸구려 스테이크를, 며칠을 아끼다 큰맘 들여 사먹고 행복해했다. 그 때는, 밤새 과제로 잠을 설치다, 아침엔 커피를 한사발 마시고 과외를 가서 생활비를 확보하고 행복해했다. 그 때는, 생활비가 바닥나도, 바닥에 떨어진 동전들을 긁어모아 하루종일 먹을 식빵 한 줄을 구하고 행복해했다. - 대학교 3학년 초반, 진심으로 모든 것을 손놓고 도망치고 싶던 시절이 있었다. 상황은 최악이었고, 도저히 졸업까지 버틸 견적이 나오지 않았다. 졸업 생각만 하면 까마득하게 느껴졌고, 그냥 포기하는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아직도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만큼 대학 생활 마지막 2년은 나에게 있어 기적과도 같다. 하지만 기적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