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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의 재발견
대단한 것들이 요즘 세상에서는 생각보다 흔하다. 무엇만 해보고자 하면 더 좋은 것, 더 빠른 것, 더 강한 것들이 나타나 이 곳은 생각만큼 만만한 구역이 아니라며 텃세를 부린다. 그 근사함에 우리는 매료되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는 싸움을 해보고자 하지만, 정작 마지막까지 남는 사람들은 과정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사람들인 것 같다. 우리는 가진 것 이상의 사람이 될 필요도 없고, 너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많이 가질 필요도 없다, 가진 척은 더더욱 필요 없다. 이미 주어진 것을 잃지 않고, 그 무엇보다 자신을 지키고 싶다. 그러면 언젠가는 그에 걸맞는 근사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크리스마스 직전 바쁜 스케줄에서, 한주간 여러 일로 쉬지않고 달렸고, 공교롭게도 크리스마스 저녁이 되서야, 비로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 선교여행을 떠나, 세상과의 연결고리와 멀어져 지냈던게 불과 며칠 전 일이였지만, 그때의 냉정한 고민과 다짐들을 유지하는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어느새 난 세상으로 돌아와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것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있었고, 그때 중요하다고 느낀 것과 중심에 두겠다고 생각한 것들은 어째 점점 멀어지려고만 한다. 혼자라서 감사한 크리스마스도 참 드물겠지만, 그시간이 그토록 고마울 수가 없었다.
더이상 이곳에는 자리가 없다며, 그럴듯한 이유로 마음에 벽을 치며 모든 책임과 도전을 밀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조금씩, 마음을 비우고자,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그리 단호하게 거부하고자 했던 것은, 어느새 나의 가장 소중한 추억과 경험들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리고, 약간은 억지로 만들기 시작했던 내 마음속 공간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하지 못할 특별한 모양의 자리가 되었고, 내가 당시에 쳐두었던 벽은 자신을, 그리고 그 도전의 가치를 지나치게 과소평가 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쉽지만, 그 당시에는 참 보기 어려웠었다. 또한, 지금이라도 알게되어 너무나도 감사하다.
한때는 내가 약점으로 생각하고, 그 무엇보다도 버리고 싶었던 것들이, 오히려 이 모든 일들을 감당 가능케할 무기였다. 조금 더 반짝이고 눈에 띄는 선봉장의 무기가 아닌, 조금이라도 빛내보려고 수없이 노력해봤지만 실패했던, 바로 그 무기. 반짝이지 않아야, 비로소 그 가치가 살아나는, 그런 무기가 있음에 감사하다.
안개가 자욱한 날, 해가 평소보다 더욱 둥글어 보였다. 분명 어느때나 나를 따뜻하게, 변함없이, 그 모습 그대로 나를 비추어주고 있었을텐데, 이상하게 평소보다 더욱 보이지 않아야 할 오늘에서야 그 본래 모습을 그대로 느끼게 되었다. 그렇듯, 우리는 항상 당연시 여기는 것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분명 많은 노력과, 타인의 도움, 그리고 많은 희생 끝에서야 얻을수 있었던 지금의 모든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자신의 능력 덕에 그렇게 될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쉽게 얻는 것은 쉽게 생각하고, 어렵게 얻는 것은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누가 가르쳐줬던 것일까. 어느 하나 당연한 것은 없다. 그저 자신의 운이 좋았을 뿐, 어느 하나 당연한 것은 없다. 지금 이순간 소중히 여기지 못하는 ..
요새 글쓰는걸 좀 쉬면서 과거 글들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글을 쓰는 창구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글이 한곳에 모이지 않고 사방팔방에 흩어져 있습니다. 그동안 쓴 글의 양에 비해서 블로그가 너무 허전한데, 그래서 과거 페북 및 기타 웹상에서 올린 글들을 블로그로 모으는 과정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블로그를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생겼는데 고민하다 나온 방법이 이거네요. 흐흐;더 오래 전 글들도 다듬어서 재업할 수 있다면 재업 하려고 생각 중이고요. 그래서 혹여나 생길 상황에 대해 미리 말씀드리자면, 혹시라도 비슷한 걸 검색하다가 "이 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싶으면, 그 혹시가 맞을 겁니다.어디서 불펌 해온게 아니고 원래 본인이 쓴 글을 스크랩 하는 과정 중에 있는거니,만약..
퇴근하고 회사 옆 버스 정류장에서 늘 그렇듯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의 예정 도착시간이 약 5분쯤 남은듯하여 좌석에 앉아 여유롭게 폰을 만지고 있었는데, 잠깐 한눈팔던 사이 내가 기다리던 버스는 전속력으로 질주하며 정류장을 그냥 지나쳐가고 있었다. 아무리 내가 일어서서 버스를 세우지 않았다지만 예정된 5분의 절반도 안되는 2분쯤이 지났을 뿐인데 이렇게 지나쳐버리는 게 조금은 야속하게 느껴졌다. 물론 애초에 한눈을 팔고 있던 내 잘못이 크지만. 생각해보면 삶은 늘 그렇다. 내가 예상하던 바와 같이 늘 잘 풀리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때도 많다. 그렇다고 그게 딱히 누군가의 잘못이냐면 그런것도 아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딱 맞춰 도착한 버스를 타게 된 것도 같은 맥락..
하루하루가 어렵고 버겁던 시절, 고민은 나의 일상이였고, 해답의 모습은 보일듯 하다가도 좀처럼 그 형태를 드러내지 않았다. 해답을 찾아나가는 과정 속에서, 누군가는 그 형태를 알지 않을까 싶어 난 많은 이들의 의견을 모아 자신의 상황을 수렴할수 있는 해답의 형태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난 그 해답을 삶에 적용하고자 했지만, 어째 내가 애초에 무엇을 해결하고자 고민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아마도, 난 애초부터 해답을 바란것이 아니였던게 아닐까? 어려운 날들은, 어두운 날 혼자 걷는 텅 빈 거리와도 같았다. 어두움을 벗어나고 싶어 어디로든 걷게 되지만, 결국 나를 어둠에서 건져주는 것은 걷는 방향보다는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아침 햇살이였다. 결국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그 거리를 탈출하는 방법이 아니였..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다” 문득 어디서인가 이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드라마나 영화의 나오는 주인공들은 대개 이렇다. 고난과 역경이 다가와도 극적인 상황에서 용기를 잃지 않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펼친다. 그리고 그 주인공들이 진정한 위기에 처했을때는, 수많은 조연들이 그의 길을 열어주고 함께 싸워준다. 그 조연들은 마치 하늘에서 보내준 선물처럼 주인공의 삶을 빛내준다. 주인공처럼 유능하고 뛰어나진 않지만, 그 상황 그 순간에서 만큼은 주인공의 가장 큰 힘이 되어준다. 마치 주인공이 미리 알고 사전 예약했다는 듯이 그들의 삶에서 가장 필요했던 부분들을 채워주고 싸움을 승리로 역전시켜 나간다. 그리고, 삶과 영화는 별반 다르지 않다. 그저 시점을 누구에 맞추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우..
"만약 지나온 삶을 다시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살다가 가끔씩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이 닥치면 스스로 되묻곤 하는 질문이다. 오래 전, 여행중의 하루였다. 평소라면 당연히 숙면중이였을 나는 일출을 보러 새벽부터 해변가에 나섰다. 구름이 가득 낀 바다하늘을 보고서, 그날의 일출은 구름 너머 희미하게 비치는 태양이 실루엣만을 그리는 것에 그치겠구나 싶었다. "에이, 날을 잘못 잡았네..." 구름아 떠나가라 라고 투정부릴 겨를도 없이 그날의 일출은 시작되었고, 난 아직도 그날 보았던 풍경을 잊지 못한다. 분명 그날의 구름은 최악이였다. 하지만 그 최악 너머에 예비된 풍경은 아마 평생 다시 찍기 힘든 단 한장의 사진이 되어 남았고, 그날의 풍경은 나에게 사진 이상의 것들을 알려주었다. 내 앞길을 가로막는다고 생..